아들이 태어나던 날 아침, 요셉은 물을 떠 오라는 심부름을 받았다.
진통 간격이 점점 짧아졌다.
마리아는 두 손으로 깔개를 움켜쥐었다. 사람들은 여관 아래 동굴에서 짐승들을 내보내고 나그네들이 쓰도록 휘장을 쳐 두었다. 밤에는 그걸로 충분해 보였다. 이제는 휘장 너머에서 발소리가 날 때마다 마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함께 길을 온 일행 중 여자 둘이 마리아 곁에 무릎을 꿇었다. 한 사람은 마리아의 손을 잡았다. 다른 한 사람은 요셉을 쳐다보았다.
“물이요. 깨끗한 천도요. 이 사람이 챙겨 온 거 있으면 다 가져와요.”
원래 그들이 있어야 할 집은 요셉이 손수 지은 집이었다. 요람도 짜기 시작했었다. 둘 다 사흘 길 떨어진 나사렛에 있었다.
요셉은 물을 길어 왔다.
“숨 쉬어.” 돌아와서 그가 말했다.
마리아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진통이 또 한 번 몰려와 마리아의 몸이 앞으로 꺾였다. 요셉은 꼼짝 않고 버티며, 그녀가 자기 손을 아프게 쥐도록 내버려 두었다.
정오에 아이가 나왔다.
여자 하나가 아이를 들어 올렸다. 잠깐 동안 요셉의 눈에는 그 여자 손에 들린 작고 젖은 몸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가 숨을 들이켜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여자는 마리아가 싸 온 천으로 아이를 감싸 엄마 품에 눕혔다.
마리아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뜨기도 전에 두 손이 먼저 아들을 찾았다.
요셉은 뒤꿈치를 깔고 주저앉았다. 손이 떨렸다. 그는 여자가 피 묻은 천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뭔가 평범한 것을 볼 수 있다는 게 고마웠다.
“아들이에요.” 여자가 그에게 말했다.
요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야 전부터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몰랐다.
마리아가 아이 뺨에 덮인 천을 걷어 냈다. 아이의 눈이 엄마 얼굴 쪽으로 헤매다가 다시 감겼다. 마리아는 아이에게 몸을 숙였다.
요셉은 강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거친 천 너머로 갈비뼈가 만져졌다. 그 조그만 크기. 오르내리는 모양.
그는 평생 무언가를 만들며 살았다. 그런데 그가 만든 것 중에 이렇게 그를 필요로 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음 날 오후 그들은 위층으로 옮겼다.
길에서 알게 된 한 나그네가 방을 바꿔 주었다. 요셉은 짐 보따리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마리아는 아이를 안고 올랐다. 둘 다 동굴을 떠나는 게 싫지 않았다.
여드레째 되는 날, 그들은 아이 이름을 예슈아라고 지었다.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아이는 태어난 지 거의 삼 주가 되어 있었다.
아르드논은 또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게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예루살렘에서 보낸 몇 주. 다른 제사장한테 가 보라며 그를 돌려보내는 제사장들. 아이라는 말만 들으면 다음 말은 듣지도 않고 돈부터 내라는 사람들. 그와 일행이 우르로 돌아가려던 참에 사가랴라는 제사장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
“여러분이 누구를 찾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제 아르드논은 카스파르와 발타자르를 뒤에 두고 베들레헴의 한 여관 앞에 서 있었다.
“여기야?” 카스파르가 말했다.
“그분이 보낸 데가 여기야.”
“그 사람이 틀렸으면?”
아르드논은 문을 바라보았다. 고향에서 한 스승이 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생명의 빛이 유대인들 가운데 아이로 나타난다는 꿈이었다. 그들은 남의 꿈 하나만 믿고 그 먼 길을 왔다.
엄지가 손목에 감긴 가죽끈을 더듬었다. 그 끈을 준 스승은 죽고 없었다. 끈이 그 사람보다 오래 남았다.
아르드논은 문을 두드렸다.
요셉은 자귀를 손에 든 채 문을 열었다. 여관 주인의 걸상을 고치던 중이었다. 그는 연장을 다리 옆에 붙여 들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그것을 알아챘다.
“아르드논이라고 합니다. 사가랴께서 보내셨습니다.”
요셉 뒤에서 마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사가랴가 무슨 일로요?” 요셉이 말했다.
“댁의 아드님을 보여 주실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요셉은 꼼짝하지 않았다.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무엇 때문에요?”
“아드님 드리려고요.” 아르드논은 요셉 너머로 마리아 품에 안긴 작은 강보를 바라보았다. “저희는 이 아이가 자기 백성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빛을 가져오리라 믿습니다.”
“그냥 아이일 뿐이면요?”
아르드논은 다시 목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아이 하나가 선물을 받는 거지요.”
마리아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마리아가 말했다.
요셉이 옆으로 비켜섰다.
아르드논이 마리아 곁에 무릎을 꿇었다.
“봐도 되겠습니까?”
마리아가 강보 끝을 젖혔다.
아이는 자고 있었다. 젖을 찾느라 입이 한 번 오물거렸다. 아르드논은 고향에 가져가 말로 옮길 수 있는 무언가를 기다렸다.
마리아가 아이를 고쳐 안았다. 예슈아가 꼼지락거리더니 눈을 뜨고 엄마 손가락 하나를 움켜쥐었다. 마리아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끈을 쥔 아르드논의 엄지에 힘이 들어갔다.
“선물을 가져와.” 그가 말했다.
카스파르가 꾸러미들을 마리아 곁에 내려놓았다. 황금. 유향. 몰약. 마리아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손이 닿도록 아이를 옮겨 안았다.
요셉은 마리아가 선물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선물만 보고는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먼 길을 건너왔고, 이제 그들의 손은 비어 있었다.
요셉은 자귀를 내려놓았다.
헤롯은 나중에야 그 방문 소식을 들었다.
헤롯은 세 사람을 예루살렘으로 불러들였다. 새로 났다는 왕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아르드논은 자기들이 왕좌를 다툴 상대를 찾아온 게 아니라고 설명하려 애썼다.
헤롯은 듣기만 했다. 그러고는 돈주머니를 건네며 그 아이를 다시 찾아내라고 했다. 자기도 가서 경배하겠다는 것이었다.
궁 밖으로 나오자 카스파르가 아르드논을 쳐다보았다.
“어쩔 거야?”
아르드논은 돈주머니를 집어넣었다.
“집에 간다.”
그들은 베들레헴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요셉은 일거리를 구했다. 친척 집에 방도 얻었다. 아이는 자랐다.
그러다 헤롯의 부하들이 그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요셉은 낯선 사람이 집에 찾아올 만한 일은 맡지 않았다. 마리아는 어느 창이 길에서 보이는지 익혀 두었다. 선물과 얼마 안 되는 저축이 함께 줄어 갔다.
겨울이 지났다. 봄이 지났다. 이듬해 가을이 되자 아이는 걸상을 붙잡고 혼자 일어섰다. 요셉은 날 선 연장들을 더 높은 데로 옮겼다.
전령은 시월 어느 날, 어두워진 뒤에 왔다.
그는 사가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요셉이 어디서 일했는지도 알았다. 그는 문간에서 한 발짝도 더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명령이 내려질 겁니다.” 그가 말했다. “베들레헴의 두 살 아래 사내아이는 모두.”
요셉은 걸상을 보았다. 예슈아가 두 손으로 걸상 모서리를 붙잡고 있었다.
“언제요?”
“내일입니다.”
전령은 요셉의 손에 돈을 쥐여 주었다. 사가랴가 노잣돈으로 보낸 것이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거기 가면 그들을 받아 줄 친척들이 있었다.
마리아는 벌써 아이를 안아 들고 있었다.
그들은 그날 밤 떠났다.
동행도 없었다. 등불도 없었다. 요셉은 나귀를 끌고 베들레헴을 빠져나갔다. 마리아는 한 손으로 아들의 등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안장에 부딪혀 덜그럭거리는 버클을 눌렀다.
예슈아는 한 살이 조금 넘었다. 아이는 내려가고 싶어 했다. 너무 꽉 안는다고 엄마한테 짜증을 내며 숄을 잡아당겼다.
마리아는 아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은 안 돼.” 그녀가 속삭였다.
요셉은 나머지 한 손에 자귀를 들고 걸었다.
동트기 전에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요셉은 나귀를 길에서 끌어내 바위 무더기 사이로 숨었다. 마리아는 숨을 죽였다. 아이가 엄마 얼굴로 손을 뻗었다.
말발굽 소리가 지나갔다. 멀어졌다.
그들은 필요한 것보다 더 오래 기다렸다.
“베들레헴이야.” 마침내 요셉이 말했다. 말 탄 자들은 베들레헴 쪽으로 갔다.
마리아는 천을 빌려준 엄마들을 생각했다. 친척 집 문 앞에서 뛰놀던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 엄마들은 지금쯤 아이들을 재우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우는 아이를 안아 올리고 있을 것이다.
요셉이 마리아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그들은 계속 남쪽으로 갔다.
처음 쉬는 자리에서 요셉은 말린 무화과를 먹으며 길을 지켜보았다. 마리아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천사가 이 아이는 큰 사람이 될 거라고 했잖아.” 마리아가 말했다.
요셉은 길을 바라보았다.
“이런 얘기는 안 했지.”
아들의 손가락이 숄 자락을 움켜쥐었다. 마리아는 바람을 막아 아이 얼굴을 덮어 주려고 그 손가락을 살며시 풀었다.
요셉은 무화과를 마저 먹었다. 그의 손이 아이 등에 덮인 천을 찾아 그 위에 머물렀다.
“가야 돼.” 그가 말했다.
날이 점점 더워졌다. 언덕이 끝나고 평평한 땅이 펼쳐졌다. 그들은 살 수 있는 곳에서 빵을 샀고, 소식을 묻기 전에 먼저 물을 청했다.
이집트에 닿을 무렵, 마리아는 무슨 소리만 나면 뒤를 돌아보던 버릇을 그만두었다.
어느 저녁, 요셉이 자는 동안 마리아는 종려나무에 기대앉아 있었다. 나그네들이 묵는 야영지 건너편에서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 가슴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아직 모르는 말로 누군가 무슨 말을 하자, 다른 낯선 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마리아는 아들의 정수리에 뺨을 댔다. 손 아래서 아이의 갈비뼈가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마리아는 아이를 내려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