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제3장

산마루

나사렛 위 언덕에는 이름이 없었다. 다들 그냥 산마루라고 불렀다.

꼭대기에 서면 다 보였다. 북서쪽으로 바다까지 뻗어 나간 갈멜. 한여름에도 머리에 흰 눈을 인 헤르몬. 동쪽으로 요단 골짜기, 그 너머로 모압의 돌산들. 남쪽으로는 사마리아 쪽으로 펼쳐진 에스드라엘론 평야. 넓고 평평하고 오래된 땅이었다.

요셉은 안식일마다 마을이 조용해지고 일손이 멈추면 아들을 데리고 거기 올랐다. 걸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갈멜산의 엘리야. 저 아래 골짜기에서 미디안 사람들을 쫓아낸 기드온. 아이는 이야기마다 질문을 했다.

길이 마을을 벗어나는 모퉁이에서 요셉은 낮은 돌담에 손을 얹었다. 우기가 지나고부터 다시 쌓아야지 하던 바로 그 돌들이었다.

“왜 헤르몬에는 눈이 있는데 여기는 없어요?”

“거기가 더 높으니까. 더 추워.”

“해에 더 가까운데 왜 더 추워요?”

그건 요셉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허리띠에 손가락을 건 채 산마루에 서서, 산이 제 입으로 설명이라도 해 줄 것처럼 그 산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무엇이든 다 만드는 사람에게도 너무 큰 질문이었다.

요셉이 바위틈에서 자란 늙은 올리브나무 줄기에 손을 얹었다. “이 나무는 우리보다 먼저 여기 있었어.” 그가 말했다. “우리 다음에도 여기 있을 거고.”

내려오는 길에 요셉은 노래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왕의 노래라고 했다. 한 왕이 그 노래를 나직이 읊조리며 골짜기를 지나 반대편으로 무사히 나왔다고 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아이는 걸으면서 가사를 익혔다. 그리고 그 노래를 마을까지 품고 내려왔다.

나사렛은 조용한 동네가 아니었다.

육 킬로미터쯤 떨어진 세포리스가 다시 지어지고 있었다. 잿더미 위로 솟아오르는 로마의 자랑거리였고, 나사렛은 그 공사판을 먹여 살렸다. 석수, 목수, 일꾼들이 쉴 새 없이 오갔고, 아래쪽 갈림길을 지나는 대상들도 들렀다. 그리스 사람. 유대 사람. 예슈아가 이야기로만 들어 본 나라에서 온 나그네들.

마을 샘 근처에 있는 요셉의 작업장는 대상들이 머무는 빈터와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다. 온갖 낯선 사람들이 거기 와서 짐승에게 물을 먹였다. 예슈아는 그 사람들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었다. 열 살쯤 되자 대상 장사꾼들은 그의 이름을 알았고, 제일 좋은 이야기는 그 아이가 나타날 때를 위해 아껴 두었다.

“댁 아들은 로마 세리보다 질문이 많아요.” 한 상인이 요셉에게 말했다. “그래도 이 애 질문은 재미라도 있지.”

예슈아가 여섯 살이 되기 전 어느 여름, 사촌 하나가 부모를 따라 산골에서 올라왔다. 이름은 요한이었다. 몇 달 위였다. 마르고 말이 없었다. 요한은 샘가에서 예슈아를 지켜보기만 하고 이틀 동안 다가오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요한은 물웅덩이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슈아가 그 옆에 앉았다.

얼마 뒤 사촌이 흥얼거렸다. 곡조는 없었다. 귀에 들릴락 말락 한, 낮고 고른 소리였다. 자기가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사람이 내는 그런 소리였다.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예슈아는 그 흥얼거림을 들었다. 조금 지나자 자기도 모르게 그 소리에 맞춰 숨을 쉬고 있었다.

그는 옆에 앉은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촌이 흥얼거림을 멈췄다. 손을 오므려 물을 떠 마셨다. 둘은 그냥 앉아 있었다.

방문이 끝나자 사촌은 부모를 따라 산골로 돌아갔다. 마리아는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그 길을 바라보았다.

교실은 회당 뒤쪽 방 하나였다. 돌바닥. 창문은 없었다. 아이들은 반원으로 둘러앉았고, 하잔이 두루마리를 읽으면 그 말을 따라 외웠다.

예슈아는 학교에 오기 전에 이미 아람어와 헬라어를 익혔기 때문에 히브리어도 남보다 앞서 시작했다. 그는 성실했다. 빨랐다. 하잔은 그가 느는 걸 눈여겨보았지만 다른 부모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아이가 똑똑하다고 다른 아이 엄마 앞에서 칭찬하는 건 학생을 잃는 지름길이라는 걸 겪어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째 해 어느 아침, 교실이 조용해졌다.

하잔은 천지 창조 이야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엿새 동안 일하고, 그다음에 쉬셨다. 안식일 계명. 그는 아이들에게 그 대목을 외우게 했다. 아이들은 외웠다. 그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예슈아가 손을 들었다.

“주님께서 안식일에는 일하지 말라고 하셨으면, 일곱째 날에는 누가 세상을 살려 두나요. 그것도 일 아닌가요.”

열한 명의 아이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하잔은 문 쪽을 보았다.

“그건 어른들이 물을 질문이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왜 배워요.”

두루마리를 쥔 하잔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그다음 질문까지 버틸 만한 대답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는 수업을 이어 갔다. 예슈아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다시 외우기로 돌아간 뒤에도 그의 눈은 선생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하잔은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수업보다 더 오래 거기 앉아 있었다.

안식일 질문이 있고 나서 한 엄마는 아들을 학교에서 빼 버렸다. “왜 집에 와서 그런 소리를 하니.” 그녀는 마리아가 들으라는 듯 광장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제 신발만 내려다보았다. 다른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집에 와서 예슈아가 한 말을 따라 하면 부모들은 예슈아 탓을 했다.

그리고 그 일로 그를 미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예슈아는 싸우지 않았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싸우지 않았다. 형들이 밀쳐도 그는 그냥 서 있었다. 놀려도 그들이 할 말이 바닥날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침묵에 그들은 더 날뛰었다.

그 문제는 친구 야곱이 해결했다.

야곱은 석수의 아들로 한 살 위였고, 덩치가 어린 황소 같았다. 그는 일찌감치 예슈아는 지켜 줄 만한 아이라고 정했고, 아무도 예슈아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형들은 예슈아를 괴롭히면 야곱을 상대해야 한다는 걸 금세 알았다.

“넌 왜 너를 안 지켜.” 셋이 몰려 있던 무리를 흩어 놓고 나서 야곱이 한번 물었다. “쟤들 중 아무나 이길 수 있잖아.”

“모르겠어.” 예슈아가 말했다. “그냥 그게 옳은 것 같지가 않아.”

그는 한 악사에게 수금를 배웠다. 수업료는 우유로 냈다. 악사는 해안 마을 출신 그리스 사람이었는데, 피타고라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서 음악을 배웠다. 그는 아이에게 음 하나하나가 숫자라고 말해 주었다. 숨 한 번 쉬는 동안 줄이 공기에 맞서 몇 번 떠느냐는 것이었다. 천천히 떨면 낮은 음이 났다. 빨리 떨면 높은 음이 났다. 노래하는 것은 무엇이든 저마다 빠르기가 있었다.

아이는 새로 배운 낱말처럼 그 생각을 입안에서 굴려 보았다. 악사가 가고 나자 그는 그 생각을, 이름 없는 가슴속의 따스함에 대어 보았다. 그리고 간직했다.

그의 손가락은 감으로 줄을 찾아냈다.

그가 연주하면 갈비뼈 뒤에 있는 그것이 잠잠해졌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잠잠해졌다.

어떤 저녁이면 엄마는 그가 어둠 속 지붕에서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엄마는 계단 아래 서서 듣기만 하고 올라가지 않았다.

그는 연주를 하기 전부터 그림을 그렸다. 아홉 살 때, 그림 때문에 장로들이 집에 찾아왔다.

그는 늘 무언가를 그렸다. 풍경. 짐승. 얼굴. 돌에도, 나무 쪼가리에도, 아무도 안 볼 때는 작업장 뒤 다져진 맨땅에도 그렸다. 그의 손은 비례를 알았다. 석회암에 숯으로 선 하나를 그으면 측백나무가 섰다. 세 번 그으면 참새가 앉았다.

그도 율법을 알았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 하지만 그림은 새긴 우상이 아니었다. 꽃도, 꽃 그림도 똑같이 한 분 만드신 이를 가리켰다. 하나는 거룩하고 하나는 금지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요셉은 알고 있었다. 아이가 숯을 쥘 수 있을 때부터 그리는 걸 지켜보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요셉에게 중요한 건 나무의 곧은 선과 정직한 이음매였다. 율법은 율법이었지만 아이의 손은 좋았고, 좋은 솜씨를 막는 건 요셉으로서는 차마 못 할 일이었다.

마리아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 잠자리 밑에 숨겨 둔 그림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대로 두었다.

일이 끝난 건 초상화 때문이었다.

학교의 나른한 오후였다. 하잔은 민수기를 읽고 있었다. 예슈아가 몇 주 전에 다 외운 대목이었다. 그의 마음이 딴 데로 흘렀다. 손이 바닥에 떨어진 숯 조각을 찾았다.

그는 돌바닥에 그렸다. 풍경이 아니었다. 짐승도 아니었다. 하잔의 얼굴이었다.

먼저 얼굴 윤곽. 그다음 움푹 들어간 눈, 주름진 이마, 생각할 때 문지르는 버릇 때문에 왼쪽이 더 성긴 수염. 그는 빠르게 그렸다. 숯이 이미 갈 길을 아는 것처럼 움직였다.

옆에 앉은 아이가 먼저 알아챘다. 그다음 맞은편 아이가. 그러고는 한 명씩 외우기를 멈추고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침묵이 물결처럼 번졌다.

하잔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는 아이들 눈길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돌바닥에서 자기 얼굴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안 본다고 생각할 때 짓는 바로 그 표정이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하잔은 초상화를 보고, 아이를 보고, 다시 초상화를 보았다.

“누가 이걸 그리라고 했느냐.”

“아무도 안 시켰어요.”

“그럼 왜.”

“선생님 얼굴이 재미있어서요. 왼쪽이 오른쪽하고 달라요. 왜 그런지 알고 싶었어요.”

하잔은 샌들로 그림을 덮었다. 천천히. 무언가를 재우듯이.

그날 저녁 장로들이 요셉의 작업장로 찾아왔다.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아이가 하나님의 집에서 둘째 계명을 어겼다. 무슨 수를 내야 했다.

요셉은 듣고 있었다. 마리아는 팔짱을 낀 채 문간에 서 있었다. 팔꿈치를 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예슈아는 밖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열린 창으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했다. 얼마 뒤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장로들이 돌아보았다. 그중 하나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아이를 보고는 그만두었다.

“제가 그림을 그렸어요. 그 얼굴이 아름다워서, 제 손이 그 생김새를 찾을 줄 알아서 그렸어요. 저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요셉을 보았다. “하지만 그 일로 마음이 상하신 건 알겠어요. 그리고 저는 아버지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정하시는 대로 따를게요.”

장로 하나가 털썩 앉았다.

요셉은 예슈아가 랍비들의 해석을 따라야 한다고 정했다. 그림은 이제 그만. 더는 그리지 않기로.

예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 방으로 갔다.

그는 잠자리에 누워 두 손바닥을 벽에 납작하게 댔다. 서늘한 돌. 손끝 아래로 돌결이 느껴졌다. 벽은 집 뒤 언덕에서 떠낸 석회암이었고, 눈을 감으면 돌 속에 든 언덕의 생김새가 느껴졌다. 그 굽은 선. 그 무게.

잠자리 옆에는 백향목 상자가 있었다. 요셉은 그가 여섯 살 때 헬라어 성경을 그에게 맡겼다. 아버지는 낱말 하나를 짚어 주고는 예슈아가 더듬더듬 읽어 낼 때까지 기다려 주곤 했다. 두루마리를 손으로 더듬으면 아직도 찾을 수 있는 자국들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다.

아버지 집에 사는 동안 그는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예슈아가 열한 살 되던 해, 요셉은 그를 데리고 스키토폴리스에 갔다.

일 때문에 가는 길이었다. 공사에 쓸 자재를 사러. 하지만 요셉에게는 다른 속셈도 있었다. 아이는 몇 해째 산마루에서 그리스 도시들을 바라보며 저 성벽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고 물었고, 요셉은 상상으로 빈칸을 채우게 두느니 차라리 보여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스키토폴리스는 깨끗하고 반듯했다. 나사렛은 엄두도 못 낼 방식으로 아름다웠다. 바둑판처럼 늘어선 대리석 건물들. 바닥에 음식을 놓고 먹어도 될 만한 거리. 반대편 끝이 제 그늘 속으로 사라질 만큼 커다란 원형 경기장.

그들이 도착했을 때 마침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운동 시합이었다. 데가볼리 곳곳에서 온 젊은이들이 명예를 걸고 겨루었다.

예슈아는 경기장 난간 앞에 서서 숨 쉬는 것도 잊었다.

달리는 사람들이 움직였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 아버지가 나무를 다듬듯 다듬어진 몸. 버티는 힘을 밀어붙여 넘어서고,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해서 남는 것은 다 타 없어지고 꼭 필요한 것만 남은 몸.

“저 사람들 좀 보세요.” 그가 말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보다 더 하도록 자기 몸을 밀어붙이잖아요.”

요셉은 아들을 지켜보았다. 그는 손바닥을 아이 뒷목에 얹고 가만히 있었다.

그날 저녁, 여관 방에서 예슈아가 제안을 하나 했다.

“나사렛에도 저런 걸 하나 지으면 어때요. 이방 신전 말고요. 운동 연습하는 데만요. 마을 애들은 할 일이 없으니까 말썽만 피우잖아요. 달리고 겨루고 자기 몸이 뭘 할 수 있는지 배울 데가 있으면요.”

“아들아.”

그 목소리에 그는 얼어붙었다.

요셉의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이든 설명해 주던 사람. 어떤 질문에든 대답해 주던 사람. 그 사람이 사라지고 없었다.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다시는 그런 악한 생각을 입 밖에 내는 걸 내가 듣지 않게 해라.”

예슈아는 막 하려던 말에 입을 벌린 채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알겠어요, 아버지. 그렇게 할게요.”

그는 다시는 그리스 운동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날 밤 요셉은 잠든 아들에게 등을 돌린 채 여관 깔개에 누워 있었다. 눈을 뜨고 있었다. 잠들지 못했다.

그는 오늘 밤 문 하나를 닫았다.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다. 평생 문을 천 개는 짠 사람이라, 어느 문이 다시 열릴 수 있는지 알았다.

그는 깔개 위에서 돌아누웠다. 잠들지 못했다.

동이 트기 전, 예슈아는 몰래 여관을 빠져나갔다.

그는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관중석은 비어 있었다. 어스름 속에 한 사람이 혼자 트랙을 달리고 있었고, 그의 샌들 아래서 먼지가 은빛으로 일었다. 시합에 나온 젊은이들보다 나이가 많았다. 스물, 아니 스물다섯쯤. 그는 혼자, 자기 자신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예슈아는 그 보폭을 지켜보았다. 어깨의 각도. 박자를 세듯 들고 나는 숨. 남자는 관중석 모퉁이를 지나면서도 그를 보지 못했다. 다시 한 바퀴 돌아왔다. 보지 못했다. 또 돌아왔다.

몇 해 동안 떠올리지 않았던 아이 하나가 그의 안에서 떠올랐다. 데마스. 물웅덩이 가에서 나무 나귀를 손에 꼭 쥐고 있던 까만 머리의 그리스 아이. 그는 자기가 그 아이를 다시 떠올릴 날을 기다려 왔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는 하늘이 밝아 올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깨기 전에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는 요셉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 보폭을 외워 두었다.

그해 여름, 예슈아의 열한 번째 생일을 앞두고 마리아는 유다를 낳은 뒤 병이 났다.

유월은 더웠다. 해산으로 기운이 빠진 마리아는 좀처럼 힘을 되찾지 못했다.

몇 주 동안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얼굴은 오래된 진흙 빛이 되었고, 목소리는 어쩌다 나와도 아주 먼 데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어린 동생들은 엄마 방 문간에 서서, 예전에 알던 누군가를 보듯 엄마를 쳐다보았다.

예슈아는 문간에 서 있지 않았다.

셋째 주, 엄마가 가장 위중할 때 그는 침상 옆 바닥에 앉았다. 동생들은 자고 있었다. 등잔불은 낮았다. 요셉은 문을 닫고 작업장에 있었다.

엄마는 깨어 있었다. 숨소리로 알 수 있었다.

“엄마.”

엄마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감은 눈꺼풀 아래서 눈동자가 그를 향해 움직였다.

그는 엄마 손을 잡았다. 베들레헴을 빠져나오던 나귀 위에서 그를 붙잡아 주던 손. 여전히 작았다. 이제는 더 야위었다. 손가락 마디의 살갗이 헐렁해져 있었다.

엄마는 그의 손을 쥐려 했지만 쥐지 못했다. 손가락이 그의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는 엄마가 그를 안아 주던 것처럼 엄마 손을 잡고 있었다.

엄마의 숨이 느려지고 다시 열 속으로 가라앉은 뒤에도 그는 그 자리를 지켰다.

그는 아직 열한 살도 되지 않았다.

그의 하루를 채운 건 빵과 빨래, 그리고 해 질 녘부터 한밤중까지 엄마를 찾으며 악을 쓰는 유다였다. 그는 해가 뜨기 전에 동생들을 먹였다. 집안일 틈틈이 갓난아이를 흔들어 재우고, 렌틸콩이 타지 않게 지켜보았다. 눈앞에 있는 일을 했다.

하잔이 그걸 알아보았다. “너 나이가 더 든 것 같구나.” 어느 오후, 물동이 둘을 들고 광장을 건너는 예슈아와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는 여동생 마르다를 보며 그가 말했다.

“나이 든 거 맞아요. 누구나 나이를 먹잖아요.”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요.”

밤에 홀로 지붕에 있을 때면 그는 그것을 느꼈다.

명치 뒤에서 누르는 무언가를.

요셉에게 한 번 말한 적이 있었다. 늦은 밤 작업장에서, 동생들이 다 잠든 뒤였다. 요셉은 끌을 내려놓았다. 가슴 어디쯤이냐고 물었다. 아프냐고 물었다.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다. 그의 두 손은 작업대 위에 납작하게 놓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예슈아가 말을 마치자 요셉은 끌을 다시 집어 들며 “난 네 말 믿는다.” 하고 말했다. 무엇을 믿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마리아에게도 한 번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는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고, 질문이 어찌나 빨리 쏟아지는지 하나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떤 느낌이야. 언제부터 그랬어. 점점 커져? 엄마 손가락이 그의 살갗에 하얀 자국을 남겼다.

그래서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어둠 속에서 자라도록 두었다.

그것은 고요한 시간에 가장 세게 찾아왔다. 아래로는 잠든 집. 머리 위로는 별. 무릎에 수금를 가로놓고, 연주는 하지 않고. 그냥 안고만 있었다. 무릎의 온기로 데워진 나무, 별빛이 걸린 줄.

이제 그는 열두 살이었다. 유대 사람들 셈으로는 거의 어른이었다. 몇 달 뒤면 첫 유월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가서, 성전에 서고, 계명의 아들 가운데 하나로 헤아려질 것이었다.

작업장는 새벽에 문을 열었다.

저녁을 먹다가 그 말이 나왔다.

“내년 봄에.” 요셉이 말했다. “유월절에. 예루살렘에 간다.”

빵 위에서 마리아의 손이 멈췄다. 지난번 아이를 안고 남쪽으로 갔을 때는 베들레헴에서 도망치던 길이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그녀 곁에서 걸어갈 것이었다.

“이제 곧 열세 살이야.” 요셉이 말했다. “율법이 그렇게 하라고 해. 때가 됐어.”

어린 동생들은 여행 이야기, 성전 이야기, 사람들 북적이는 이야기로 재잘거렸다. 예슈아는 그 소란 너머로 부모가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그 사이에 오간 무언가는 숨 반 번만큼 머물렀고, 둘 중 누구도 그것을 말로 옮겨 주지 않았다.

그는 예루살렘에 가게 되었다.

대상이 떠나기 전 안식일, 그는 혼자 산마루에 올랐다.

다섯 살 때부터 안식일마다 그는 요셉과 나란히 올랐다. 혼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지금 혼자 올랐다.

길이 마을을 벗어나는 모퉁이에서 그는 낮은 돌담 앞에 멈춰 섰다. 아버지가 다시 쌓아야지 하던 바로 그 돌들이었다. 요셉은 다시 쌓지 않았다. 올해도 다시 쌓지 않을 것이었다. 예슈아는 그걸 알았다. 그는 맨 위 돌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 아래가 서늘했다. 아버지의 손이 만 번은 얹혔을 자리가 느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산마루에서 내려올 때 햇빛은 호박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을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다시 그 담을 지나갔다. 손을 대지 않았다.

대상은 사월 초에 꾸려졌다. 나사렛과 이웃 마을에서 모인 순례자 백여 명이 안전을 위해 함께 길을 나섰다. 사마리아를 피해 동쪽으로, 요단 골짜기를 따라 남쪽으로, 그러고 나서 명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예슈아는 마리아의 나귀를 끌며 여자들과 함께 걸었다. 요셉이 곁으로 오면 예슈아는 가는 길과 지나는 곳들에 대해 물었다. 날이 갈수록 질문이 빨라졌다. 그는 줄곧 지평선을 훑었다.

마리아는 뒤에서 지켜보았다. 젖을 먹이고, 가르치고, 어둠 속에 나귀를 타고 도망치며 가슴에 끌어안았던 그 아이였다.

그는 앞서 걸었다.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얼굴을 돌린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