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열다섯 살 때, 이미 떠난 거나 다름없는 소년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를 처음 본 날, 그녀는 물동이를 떨어뜨렸다.
아주 떨어뜨린 건 아니었다. 땅에 닿기 전에 엉덩이로 받아 냈다. 그래도 물이 동이 가장자리로 넘쳐 옷 앞자락을 흠뻑 적셨고, 그녀는 우물가에 멍하니 서 있었다. 물 한 번 길어 본 적 없는 아이처럼. 여덟 살 때부터 아침마다 물을 길어 왔는데도.
그는 양어깨에 물동이를 하나씩 메고 광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열일곱 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었다. 작업장 일로 그을린 팔뚝은 갈색이었고, 무게를 옮겨 실을 때마다 살갗 아래로 힘줄이 움직였다.
나사렛 사람이라면 다 목수네 맏아들이 누군지 알았다. 성전에서 있었던 그 아이. 이웃들이 수군대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수군대기를 그만둔 그 아이. 그녀는 그의 이름을 들으며 자랐다.
그녀는 그를 찬찬히 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그의 눈은 길에 가 있었다. 광장도, 우물도, 옷이 젖은 소녀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옷에 묻은 물이 다 마를 때까지 우물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어디에도 그의 이름을 적지 않았다. 잠 못 들고 뒤척이지도 않았다.
그녀가 한 일은 눈여겨보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같은 시각에 우물로 갔다.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나흘째 되는 날 그녀가 더 일찍 갔더니 그가 벌써 와서 물웅덩이에서 동이에 물을 채우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끄덕인 인사. 이름 같은 건 필요 없는 그런 인사였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을 지고 갔다. 그녀는 그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그의 등을 지켜보다가, 자기 동이에 물을 채워 집으로 걸어갔다. 어느 길로 왔는지 한 걸음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말했다. “얼굴이 빨갛구나.”
“햇볕 때문이에요.”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빨리 걸어서 그래요.”
어머니는 캐물을지 눈감아 줄지 고르는 여자의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어머니는 눈감아 주는 쪽을 골랐다.
그녀는 그의 하루를 그려 나갔다.
그는 첫 햇살과 해돋이 사이에 우물에 왔다. 더위가 꺾일 때까지 작업장에서 일했다. 한낮에는 식구들과 밥을 먹었다. 오후에는 작업장 일과 세포리스로 물건 나르는 일을 오갔다. 맑은 저녁이면 마을 위 산마루에 올라 별이 뜰 때까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알기도 전에 그의 하루를 다 알았다.
그의 목소리는 회당에서 알게 되었다. 그는 동생들과 함께 앉았다. 말이 적었다. 지목을 받으면 대답했고, 대답은 정확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무언가를 참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저쪽에서 등을 대고 버티고 있는 문 같았다. 하잔도 그걸 느꼈다. 다른 사람이 더 긴 대답을 내놓은 뒤에 노인이 예슈아 쪽을 힐끗 보는 걸 그녀는 보았다. 빠르고, 저도 모르게 나온 눈길이었다.
그를 눈여겨본 다른 소녀들은 뻔한 것들을 보았다. 키가 컸다. 어깨가 벌어졌다. 얼굴이 잘생겼다. 소녀들이 흔히 그러듯 다들 우물가에서 그 얘기를 했고, 리브가는 듣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본 것은 그 무게였다.
그는 아무도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짊어진 채 나사렛을 오갔다. 그의 몸은 일을 했다. 정확하고 힘 있게.
그의 눈 뒤에는 거리가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그게 보였다. 한 손으로 냄비를 저으며 룻을 허리에 안고 있을 때, 시몬이 쉬지 않고 재잘댈 때, 마르다가 그의 어깨에 기댈 때. 품에 안긴 여자아이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미소 뒤편의 무언가로 부드러워졌다. 마치 그 아이만이 방 안에서 유일하게 진짜인 것이고, 그렇게 바라보는 동안에는 나머지가 다 사라지는 것처럼.
그녀도 그런 눈길을 받고 싶었다.
언젠가 그 집 앞을 지나다가 그가 웃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조용한 소리가 아니었다. 진짜 웃음, 어쩔 줄 모르는 웃음, 사내가 허리를 꺾게 만드는 그런 웃음이었고, 그 둘레에서 어린것들이 꺅꺅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골목에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웃음은 잠깐이었고 곧 사라졌다. 그녀는 거기 선 채로 생각했다. 저 사람이 식구들을 통째로 등에 지고 있지 않을 때는 어떤 사람일까. 그 웃음소리를 그녀는 다시는 듣지 못했다.
몇 달이 지났다. 계절이 바뀌었다.
그녀는 작업장 앞을 지나갈 핑계를 찾아냈다. 날마다는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그녀는 너무 절제할 줄 알았고, 자존심도 너무 셌다. 장날이면, 길이 허락하는 날이면, 그녀는 빙 돌아서 열린 문 앞을 지나갔다. 나무 위를 지나는 대패 소리가 들렸고, 운이 좋으면 작업대 앞의 그를 얼핏 볼 수 있었다. 그의 손은 그가 하는 모든 일을 다스리는 그 조용한 정확함으로 움직였다.
그는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딱 한 번 들었다. 안식일 오후였다. 길은 비어 있었다. 그는 작업장 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두 손은 무릎 위에 가만히 있었다. 얼굴은 창 쪽을 향해 있었고, 창으로 든 빛이 벽에 걸린 연장들 위로 비스듬히 떨어져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문간에 선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 길에, 그 시각에, 거기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가라앉았다. 마치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기다려 온 무엇이기라도 한 것처럼.
일 초. 이 초. 삼 초.
“리브가.” 그가 말했다. “평안한 안식일 보내요.”
“평안한 안식일 보내세요.”
그녀는 집으로 걸어갔다. 손이 떨렸다. 그녀는 두 손을 배에 납작하게 대고 숨을 쉬고, 쉬고, 또 쉬었다.
그녀는 일주일 내내 그 순간을 곱씹었다. 놀라지 않던 얼굴. 그녀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그게 맞는 이름인지 확인해 보듯. 그녀는 그가 자기가 문간에 서기 전부터 이미 그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던 거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고는 그건 착각이라고 다시 결론 내렸다.
그가 그녀의 아버지 집에 온 적이 한 번 있었다.
장날 오후였다. 세포리스에 다녀오던 길에 그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에스라가 주문 하나로 물어볼 게 있었다. 외상 대신 현금으로 값을 치르는 헬라인 상인에게 줄 장이었다. 두 사람은 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값. 날짜. 나무. 리브가는 맞은편 벽에 붙은 베틀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가끔 아버지 집에 들른다는 걸 그녀는 몰랐다. 에스라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녀도 물은 적이 없었다.
그때 이웃 사람이 길에서 불렀고 아버지가 나가 봐야 했다. 그는 한 시간 안에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갔다. 마당 문은 열려 있었다. 둘만 남았다.
머리 위 포도 덩굴에서 잎사귀들이 흔들렸다.
리브가의 손은 계속 움직였다.
그는 가지 않았다. 에스라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베틀을 바라보았다.
“베를 잘 짜네요.”
“고마워요.”
침묵. 불편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 사이의 침묵이 아니었다.
그녀의 가슴에는 몇 달 동안 지켜본 것들이 들어차 있었고, 그중 어느 것도 없던 일로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양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하나 물어봐도 돼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뭘 믿어요.”
그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너무 많은 걸 물었나 싶었다.
“아버지께서는 아무에게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신다고 믿어요. 눈앞에 있는 일이 바로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요. 제사장들이 하는 말은 거의 다 믿어요. 그들이 더는 하지 않게 된 말 몇 가지도요.” 그가 잠시 멈췄다. “증명할 수 없는 걸 참 많이 믿어요.”
“앞으로 뭘 하면서 살 거예요.”
“아버지께서 어떤 분이신지 사람들한테 보여 주려고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녀는 양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말을 안 할 뿐이지.”
그가 그녀를 보았다. 그의 얼굴이 그녀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모양으로 바뀌었다. 마치 문 하나가 딱 한 치만큼 열린 것처럼.
“제가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게 있어요.” 그가 말했다.
이웃의 목소리가 마당 너머로 들려왔다. 에스라가 돌아오고 있었다.
예슈아가 일어섰다.
“이야기 고마웠어요, 리브가.”
그는 문간으로 나가 그녀의 아버지를 맞았다.
그녀는 포도 덩굴에 다시 바람이 일고 숨이 가라앉을 때까지 양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열여섯이 되었다. 혼처가 들어왔다.
빵집 아들. 아버지와 거래하는 삼촌을 둔 가나 남자. 땅이 있고 홀아비다운 절실함이 있는, 나이 든 세포리스 상인.
아버지는 매번 똑같이 덤덤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싫어요.”
“왜인지 물어봐도 되겠니.”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에스라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세 번째 혼처가 돌아간 어느 저녁, 아버지가 지붕 위 그녀 곁에 앉았다.
“다른 사람이 있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지도요.”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목수네 아들이구나.”
그녀는 깜짝 놀라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눈이 있단다, 얘야. 그리고 넌 장삿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그 작업장 앞을 지나다니더구나.”
그녀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좋은 청년이지.” 에스라가 말했다. “내가 이 마을에서 본 젊은이 중에 제일 나을지도 몰라. 먹여 살릴 식구는 있고 돈은 없지. 그리고 그 눈에 뭔가가 있어. 그게 마음에 걸린다.”
“뭐가요.”
“그 사람은 여기 머물지 않을 거야.”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게 그녀의 배 속 깊이 내려앉았다. 산마루. 그 거리. 너무 작은 그릇.
“알아요.”
에스라는 기다렸다. 그녀는 더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두 사람은 지붕에 앉아 골짜기 위로 별이 돋는 것을 보았다. 대상 행렬이 남쪽으로 줄지어 내려가고 있었다. 온 세상이 어딘가로 가는데 나사렛만 가만히 멈춰 있었다.
“시간을 두고 보렴.” 그가 말했다. “마음은 바뀔 수도 있어.”
“알아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주마다 회당에서 그를 보았다. 장터에서 그를 지나쳤다. 작업장 문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리면, 머리보다 맥박이 먼저 반응했다. 매번, 부끄러울 만큼 어김없이.
그녀는 그가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아버지가 빠진 자리를 둘러싸고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러다 리브가가 열여섯 살이던 해 십이월, 어린 아모스가 병이 났다.
일주일 동안 열이 내리지 않았다. 아이는 여섯 살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유다를 졸졸 따라 작업장에 들어가곤 하던 아이가, 이제는 다른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라는 말을 듣는 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토요일 오후에 아이가 죽었다.
리브가는 빵을 들고 그 집에 갔다. 미리암이 빵을 받아 들고는 고맙다는 말도 잊었다. 안에서 걸상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마리아가 예슈아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어머니에게 갔다.
리브가가 다음번에 작업장 앞을 지날 때, 룻이 그의 작업대 옆에 서서 대팻밥 한 가닥을 손가락에 감으려 하고 있었다. 대팻밥이 끊어졌다. 룻은 따지듯 그 조각들을 들어 보였다.
그는 대패를 내려놓고 더 긴 걸 찾아 주었다.
집 안에서 그의 어머니는 잠을 설쳤다.
그녀는 아들을 사랑했다. 그게 기도의 전부였다. 하지만 가끔 어둠 속에서, 그 천사가 다른 집으로 갔더라면 하고 바랐다.
낮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둠은 그 말을 들었고, 어둠은 그 말을 간직했고, 아침이 되면 그녀는 빵을 개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리브가는 미리암에게 털어놓을 뻔한 적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시냇가에서 빨래를 할 때였다. 미리암이 야고보 흉을 보고 있었다. 리브가는 나 너희 오빠 좋아해 하고 말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나온 말은 이랬다. “야고보도 언젠가 철들 거야.”
두 번째는 우물가에서였다. 미리암이 예슈아 얘기를 했다.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밥을 제대로 안 먹는다고. 저녁마다 너무 자주 산마루에 올라간다고. 리브가는 가슴이 조여 왔다. 두레박줄을 꽉 쥐고 고개를 돌렸다.
“너 괜찮아.”
“눈에 먼지 들어갔어.”
세 번째에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둘은 안식일 오후 미리암네 문간에 앉아 있었다. 마을은 조용했다. 할 말도 미리 연습해 두었다. 미리암, 너희 오빠 얘기로 할 말이 있어.
예슈아가 룻을 허리에 안고 시몬의 손을 잡은 채 지나갔다. 그의 얼굴에는 그 미소 뒤편의 표정이 어려 있었다.
리브가의 목이 메었다.
미리암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러고는 오빠를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리브가를 보았다.
미리암의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리브가는 땅만 보았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열일곱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두 해가 흘렀다. 지켜보고, 말하지 않고, 품고만 있던 두 해.
그녀는 알았다. 추운 아침이면 그가 왼쪽 어깨를 아낀다는 것을. 회당에 들어가기 전에 그가 반 호흡쯤 멈춘다는 것을. 들어가기 전에 자기 안의 무언가를 바로잡기라도 하듯이. 그가 아버지처럼 아이마다 다르게, 꼭 맞게 말을 건넨다는 것을.
그녀는 그가 짐을 내려놓는 곳은 산마루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리암에게 먼저 말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할 것이다.
내일.